정치 정치일반

[2013 국감] 정쟁에 정책 뒷전..아니면 말고 폭로..국감 폐지론 고개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22 17:12

수정 2014.11.01 11:44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김용호 인하대 교수(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김용호 인하대 교수(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현행 국정감사 제도가 전면 폐지 혹은 수정보완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첫 국정감사가 피감기관 총 630곳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가운데 기업인들을 대거 증인으로 부르는 '기업국감'을 비롯해 '몰아치기·폭로성·정치공세 국감'이라는 비판이 고조되면서 제도 손질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22일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현행 국감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아예 현행 국정감사 제도를 없애고 국정조사를 활성화하자는 급진론과 국감 제도의 탄력적 수정을 비롯해 국감 전후의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실질적 국감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대안론을 제시했다.



[2013 국감] 정쟁에 정책 뒷전..아니면 말고 폭로..국감 폐지론 고개

■'국조 활성화·상시국감' 등 대안론 비등

국정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본래 목적이 변질된 국감을 폐지하자는 국감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국감장에 서게 하는 '기업국감' 탓에 국감의 본래 의미가 퇴색됐고 정책대안 제시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국정조사제도만으로도 타 헌법기관의 국정운영을 충분히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헌 관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요즘, 암울했던 헌정사로 기형적으로 탄생한 국감제도를 폐지하고 국정조사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감사제도는 광범위한 공간적 한계에서 오는 국정운영의 파행을 감시하고자 도입됐지만 지금은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된 새로운 시대"라며 "특정 기간에 일정에 맞춰 국정 감시와 통제에 모든 힘을 쏟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기국회 기간으로 한정된 국감 기간을 없애고 상시로 운영하자는 상시국감론도 대안론으로 부상했다. 1년에 한 번 한탕주의 식으로 국감을 운영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 국감으로 변질되고 피감기관들도 "한 번 내리는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국감을 결정하고 시행하면 시기에 구애받지 않을 뿐 아니라 정책 감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상임위 소위원회를 활성화한다면 집단적이고 심층적인 국감을 이루고 정기국회의 과부하를 줄여 예산·법안심의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2조1항엔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별로 매년 9월 2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한다'라고 규정됐지만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별로 연중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감사를 행한다'고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감 사전·사후 통제 강화 등 보완책 공감

국감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대신 현행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을 해당 부처 혹은 공기관이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 실질적 국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감 처리 결과가 미흡한 경우 등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어 국감 무용론이 대두되는 것"이라며 "피감기관이 특별한 사유 없이 국회의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는 '정부는 시정 요구를 받은 사항을 지체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돼있지만 처리 시한과 사후 감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더구나 실무상 국감 결과에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을 경우 시정 요구사항, 처리 요구사항, 건의 사항 등으로 분류해 정부에 이송하고 있지만 분류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국감 사후통제 대안으로 △관계 기관장에 대한 국회 출석 및 소명 요구 △예결위에 해당 기관의 예산상 불이익 의견 조치 제출 △관계 공무원의 징계 요구 △관계 기관장에 대한 해임 등을 제시했다.

사후 통제 외에 국감에 대한 사전 검토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대표적으로 국정감사 이전에 지난 1년간 개선사항을 보고하는 시스템 구축, 피감기관에 대한 시정 조치 사항을 평가할 전문위원 검토 보고 의무화,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에 국감 시정요구 조치 사항에 대한 검토 의뢰 등이 대표적인 방안으로 거론됐다.

의원들의 중복 발언과 지적, 부실 감사, 호통치기 등의 빗나간 관행들을 개선하기 위해 국감 활동과 관련된 의원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호 교수는 "의원들의 과다한 자료 제출 요구와 지나치게 많은 증인 혹은 참고인 채택으로 해당 부처나 산하기관 등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국감의 지적사항이나 시정 요구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모두가 알 수 있고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책임을 강화하려면 의원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신아람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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